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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레스터 시티 우승, 5000대 1을 뒤집은 프리미어리그의 한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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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5
민서아빠
2026-09-11 19:02
레스터 시티, 불가능을 넘어선 우승

2016년 5월 2일 밤, 레스터 시티 선수들은 경기장에 없었다.

선수단 상당수는 제이미 바디의 집에 모여 첼시와 토트넘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전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1-1로 비긴 레스터가 우승을 확정하려면 2위 토트넘이 첼시를 이기지 못해야 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토트넘이 2-0으로 앞서 있었다. 우승 축하는 며칠 더 미뤄지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첼시가 두 골을 따라붙었다. 에덴 아자르의 동점골이 들어간 뒤 경기는 2-2로 끝났고, 그 순간 레스터가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이 됐다.

선수들은 자기 경기를 뛰지 않은 날 우승을 확정했다.

1년 전에는 강등을 걱정하던 팀이었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레스터가 전통적인 우승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4-15시즌 레스터는 상당 기간 최하위에 머물렀다. 시즌 막판 9경기에서 7승을 거두며 극적으로 살아남았고 최종 순위는 14위였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였다. 이름이 알려진 감독이기는 했지만, 레스터가 그를 데려왔다고 해서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 일부 베팅업체에서 레스터의 우승 가능성에 붙인 배당이 5000대 1이었다.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는다면 우승보다 잔류가 먼저인 팀이었다.

지금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스포츠중계를 보다 보면 강팀과 중하위권의 전력 차이가 익숙하게 보이지만, 2015년 여름 레스터를 맨체스터 시티나 아스널, 첼시와 같은 우승 후보로 놓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디가 매주 골을 넣기 시작했다

시즌 초반 레스터가 가장 먼저 주목받은 이유는 제이미 바디였다.

바디는 본머스전부터 득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경기 하나가 끝나면 다음 경기에서도 골을 넣었고, 그 흐름이 두 달 넘게 계속됐다.

2015년 11월 28일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바디는 전반에 골을 넣었다.

프리미어리그 11경기 연속 득점.

기존에 루드 반 니스텔루이가 갖고 있던 10경기 연속 득점 기록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바디의 경력까지 생각하면 더 눈에 띄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대형 클럽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가 아니었다. 잉글랜드 하부리그와 논리그를 거쳐 레스터에 왔고, 몇 년 뒤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시즌이 끝났을 때 바디의 리그 득점은 24골이었다.

마레즈와 캉테, 이름값보다 역할이 먼저였던 팀

레스터의 공격이 바디 한 명으로만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오른쪽에는 리야드 마레즈가 있었다. 마레즈는 그 시즌 리그 17골 11도움을 기록했고, 공을 잡을 때마다 직접 수비를 흔들거나 바디에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중앙에서는 은골로 캉테가 뛰었다.

당시 잉글랜드 무대에서는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레스터 중원의 중심이 됐다. 상대 공격을 끊은 뒤 빠르게 공을 앞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캉테의 움직임은 거의 매 경기 나타났다.

대니 드링크워터가 그 옆에서 패스를 연결했고, 마크 올브라이턴은 측면에서 꾸준히 뛰었다. 수비에는 주장 웨스 모건과 로베르트 후트, 골문에는 카스퍼 슈마이켈이 있었다.

화려한 이름을 모은 팀이라기보다 각자 해야 할 일이 분명한 팀에 가까웠다.

공을 오래 가지지 않아도 됐다

라니에리의 레스터는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는 축구를 고집하지 않았다.

수비 진형을 갖추고 기다린 뒤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앞으로 나갔다. 바디가 수비 뒤 공간으로 뛰고 마레즈가 공을 운반했다.

상대가 공격을 위해 수비 라인을 올릴수록 레스터에는 오히려 공간이 생겼다.

시즌 평균 점유율은 우승팀답지 않게 낮았다. 그런데 승점은 계속 쌓였다.

프리미어리그 기록을 보면 레스터는 38경기 가운데 단 세 번만 졌다. 승리는 23번, 무승부는 12번이었다.

많이 공격하는 것보다 자신들이 잘하는 상황을 반복했다.

그게 시즌 끝까지 통했다.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승 가능성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경기는 2016년 2월 6일 맨체스터 시티 원정이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였다.

당시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우승 경쟁팀이었다. 레스터가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기는 했지만 결국 전통적인 강팀들이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히 많았다.

경기 시작 3분 만에 후트가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3분 마레즈가 한 골을 더 넣었다. 후트가 다시 득점하면서 점수는 3-0까지 벌어졌다.

최종 스코어 3-1.

레스터가 맨체스터 시티의 홈에서 이겼다.

이 경기 이후 레스터의 우승 이야기는 더 이상 재미있는 돌풍 정도로만 다뤄지기 어려워졌다.

봄이 오자 1-0이 반복됐다

시즌 후반 레스터의 경기에서는 초반의 화려한 다득점보다 다른 장면이 자주 나왔다.

한 골을 넣고 지키는 경기였다.

뉴캐슬전 1-0.
크리스탈 팰리스전 1-0.
사우샘프턴전 1-0.

우승 경쟁이 막바지로 들어갈수록 승점 3점의 무게도 달라졌다. 레스터는 꼭 많은 골을 넣어야 할 필요가 없었다.

모건과 후트가 중앙을 버텼고, 슈마이켈이 골문을 지켰다. 공격에서 한 번 만든 골을 수비가 끝까지 지켜냈다.

시즌 초반에는 빠른 역습 때문에 눈에 띄었다면 후반에는 경기 관리가 되는 팀으로 바뀌어 있었다.

웨스트햄전에서 거의 무너질 뻔했다

4월 17일 웨스트햄과의 홈경기는 쉽지 않았다.

바디가 전반에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했다. 레스터는 한 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를 계속해야 했다.

후반 막판에는 웨스트햄이 두 골을 연달아 넣었다.

1-2.

홈에서 패배가 눈앞에 왔다.

하지만 추가시간 레스터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바디 대신 최전방을 맡은 레오나르도 우요아가 키커로 나섰다.

골.

2-2.

승점 3점은 아니었지만 패배도 아니었다. 시즌 막판 한 번의 패배가 우승 경쟁 전체를 흔들 수 있던 상황에서 레스터는 다시 승점을 챙겼다.

우승을 확정한 경기는 레스터 경기가 아니었다

5월 1일 레스터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났다.

이기면 다른 팀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이었다.

전반 초반 앙토니 마르시알에게 먼저 실점했지만 주장 웨스 모건이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는 1-1로 끝났다.

우승은 하루 미뤄졌다.

다음 날 토트넘이 첼시 원정을 치렀다.

토트넘은 전반에 해리 케인과 손흥민의 골로 2-0까지 앞섰다. 이대로 끝나면 우승 경쟁은 계속됐다.

후반에 게리 케이힐이 한 골을 만회했다.

그리고 후반 38분 아자르가 동점골을 넣었다.

2-2.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2016년 5월 2일, 레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챔피언이 됐다.

창단 132년 만에 처음 든 1부리그 우승컵

우승을 확정한 뒤 첫 홈경기는 에버턴전이었다.

킹 파워 스타디움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레스터는 경기도 3-1로 이겼다. 바디가 두 골을 넣었고 앤디 킹도 득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주장 웨스 모건이 프리미어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레스터 구단 역사상 첫 잉글랜드 최상위리그 우승이었다.

최종 성적은 38경기 23승 12무 3패.

승점 81점.

2위 아스널과는 10점 차였다.

이 시즌을 축구 역사와 주요 기록 속에서 다시 보면 레스터의 우승이 단순히 한 시즌 운이 좋아서 나온 결과로만 보이지 않는다. 38경기 동안 세 번밖에 지지 않았다는 숫자가 그 시즌의 꾸준함을 가장 잘 보여준다.

5000대 1 다음에 남은 숫자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5000대 1이라는 숫자가 따라다녔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다른 숫자들이 남았다.

23승.
12무.
3패.
승점 81.

바디 24골.

마레즈 17골 11도움.

그리고 레스터 시티 역사상 첫 잉글랜드 1부리그 우승.

2015년 여름에는 잔류가 먼저 이야기되던 팀이었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뒤 레스터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있었다.

그래서 2015-16 레스터 시티의 시즌을 다시 볼 때 가장 이상하게 느껴지는 숫자는 5000대 1이 아니다.

38경기를 모두 치른 뒤 순위표 가장 위에 적혀 있던 숫자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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