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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브라질 1-7 독일, 29분 만에 무너진 월드컵 개최국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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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발
2026-09-26 23:51
무너진 월드컵 개최국의 밤

2014년 7월 8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

월드컵 준결승에서 개최국 브라질과 독일이 만났다. 브라질은 2002년 이후 12년 만의 결승 진출을 노렸고, 독일은 2002년부터 네 대회 연속 월드컵 4강에 올라온 상태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브라질에는 두 명의 큰 공백이 있었다. 콜롬비아와의 8강에서 척추 부상을 입은 네이마르가 빠졌고, 주장 치아구 시우바도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다.

그래도 브라질의 홈이었다. 미네이랑을 가득 채운 관중 대부분은 개최국이 결승까지 올라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전반 29분이 됐을 때 전광판에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숫자가 떠 있었다.

브라질 0.
독일 5.

네이마르 없이 시작한 준결승

브라질은 조별리그에서 크로아티아를 3-1로 이긴 뒤 멕시코와 0-0으로 비겼고, 카메룬을 4-1로 꺾어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토너먼트부터는 매 경기 힘들었다. 칠레와의 16강전은 1-1로 끝났고 승부차기까지 갔다. 8강에서는 콜롬비아를 2-1로 꺾었지만 네이마르를 부상으로 잃었다.

독일 역시 모든 경기를 편하게 통과한 것은 아니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4-0으로 크게 이겼지만 가나와 2-2로 비겼고, 16강 알제리전은 연장전까지 가서 2-1로 승리했다. 8강 프랑스전도 마츠 후멜스의 한 골을 지켜 1-0으로 끝냈다.

지금 월드컵을 포함한 스포츠중계를 보면 토너먼트에서는 전력이 강한 팀도 한 경기 때문에 바로 탈락한다. 2014년 독일도 준결승 전까지 압도적인 경기만 반복한 팀은 아니었다.

그래서 브라질과 독일의 준결승 역시 치열한 한 골 승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첫 골은 평범한 코너킥에서 나왔다

경기 시작 11분.

독일이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얻었다.

토니 크로스가 페널티 지역으로 공을 올렸고, 브라질 수비 사이에서 토마스 뮐러가 거의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오른발로 슈팅했다.

골.

독일 1-0.

선제골 하나만 놓고 보면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다. 브라질에는 따라잡을 시간이 충분했고 실제로 경기가 크게 벌어질 기미도 아직은 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전반 23분 독일이 브라질 수비 중앙을 빠르게 통과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첫 슈팅은 줄리우 세자르에게 막혔지만 튀어나온 공을 클로제가 다시 밀어 넣었다.

2-0.

이 골로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6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갖고 있던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기록 15골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그런데 기록을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다.

토니 크로스, 69초 사이 두 골

클로제의 골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이 다시 브라질 페널티 지역으로 들어왔다.

왼쪽에서 낮은 크로스가 들어왔다.

필리프 람의 패스를 뮐러가 흘렸고 뒤에서 들어온 크로스가 왼발로 그대로 때렸다.

3-0.

전반 24분.

브라질이 다시 킥오프를 했다.

몇 번의 패스 뒤 공을 소유하려 했지만 독일의 압박이 바로 들어왔다. 크로스가 페르난지뉴에게서 공을 빼앗은 뒤 사미 케디라와 패스를 주고받았다.

골키퍼 앞까지 들어간 크로스가 다시 밀어 넣었다.

4-0.

크로스가 두 골을 넣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69초였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빠른 멀티골 기록이었다.

독일의 세 번째 골을 본 관중들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네 번째 골까지 들어간 셈이었다.

29분, 점수는 5-0

독일은 공격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전반 29분.

메수트 외질이 가운데로 공을 연결했고 케디라가 뮐러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브라질 수비 사이로 들어갔다.

오른발 슈팅.

5-0.

경기 시작 후 29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23분 클로제.
24분 크로스.
26분 크로스.
29분 케디라.

6분 사이 네 골이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서로 위치를 확인할 여유조차 없어 보였다. 독일은 공을 빼앗은 뒤 몇 번의 패스만으로 페널티 지역에 도착했고, 브라질 수비는 한 골을 내준 뒤 다음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미네이랑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 전까지 노래를 부르던 관중석은 조용해졌다. 일부 팬들은 울었고,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축구에서 네다섯 골 차 경기는 드물지 않지만 월드컵 준결승에서, 그것도 개최국이 홈에서 30분도 되기 전에 다섯 골을 내주는 장면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브라질이 공격했다

하프타임 스코어는 5-0.

브라질은 후반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나왔다. 파울리뉴와 하미레스가 투입됐고, 몇 차례 독일 골문까지 빠르게 접근했다.

하지만 마누엘 노이어가 막았다.

파울리뉴가 가까운 거리에서 연속으로 슈팅했지만 노이어가 모두 쳐냈다. 오스카르도 기회를 잡았지만 독일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독일은 이미 다섯 골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전반처럼 계속 속도를 올릴 필요가 없었다.

요아힘 뢰프 감독은 클로제를 빼고 안드레 쉬를레를 투입했다.

그 교체 선수가 다시 두 골을 넣었다.

쉬를레까지 두 골

후반 24분.

람이 오른쪽을 파고들어 낮은 패스를 보냈다.

쉬를레가 바로 슈팅했다.

6-0.

10분 뒤에는 더 강한 슈팅이 나왔다.

뮐러가 왼쪽에서 연결한 공을 쉬를레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잡았다. 각도가 넓지 않았지만 그대로 왼발을 휘둘렀다.

공은 크로스바 안쪽을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7-0.

후반 34분.

이쯤 되자 경기의 승패보다 스코어 자체가 기록이 되고 있었다.

월드컵과 축구 역사를 돌아봐도 7-1은 월드컵 준결승에서 나온 가장 큰 점수 차 승리로 남아 있다. 브라질에게는 자국에서 치른 공식 경기 62경기 연속 무패가 끝난 날이기도 했다.

오스카르의 한 골

경기 종료 직전 브라질이 한 골을 넣었다.

오스카르가 독일 수비 뒤로 들어간 뒤 노이어를 상대로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7-1.

평소 같았다면 월드컵 준결승에서 의미가 큰 득점이었겠지만 이날은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료 휘슬이 울렸다.

브라질 선수들은 경기장에 멈춰 섰고 독일 선수들은 크게 과장된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90분 동안 기록된 슈팅과 점유율보다 훨씬 강하게 남은 것은 전반 18분이었다.

첫 골이 나온 11분부터 다섯 번째 골이 나온 29분까지.

그 짧은 시간에 준결승의 결과가 사실상 결정됐다.

브라질 축구가 경험한 가장 낯선 스코어

브라질은 월드컵 최다 우승국이었다.

1958년.
1962년.
1970년.
1994년.
2002년.

다섯 차례 정상에 올랐고, 월드컵 역사에서 브라질이라는 이름은 늘 우승 후보와 함께 언급됐다.

그런 팀이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준결승에서 일곱 골을 내줬다.

7-1은 브라질 대표팀 역사상 최다 점수 차 패배와 같은 기록이었다. 1920년 우루과이에 0-6으로 패한 뒤 다시 나오지 않았던 격차였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상대가 기회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독일은 브라질이 흔들리는 몇 분 동안 공격을 멈추지 않았고, 그 짧은 구간에서 경기 전체를 끝냈다.

클로제의 16번째 월드컵 골

팀 스코어 때문에 묻히기 쉽지만 이날 개인 기록도 하나 바뀌었다.

전반 23분 두 번째 골을 넣은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6골이 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처음 월드컵을 경험한 뒤 2006년, 2010년, 2014년까지 네 대회를 뛰면서 만든 기록이다.

그전까지 1위는 브라질의 호나우두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클로제가 그 기록을 넘어선 장소가 브라질이었고, 상대 역시 브라질이었다.

클로제는 이후 결승에도 출전했다.

2014년 대회를 끝냈을 때 그의 월드컵 통산 득점은 그대로 16골이었다.

현재까지도 월드컵 남자 본선 개인 통산 최다 득점 기록이다.

독일에게 7-1은 마지막 경기가 아니었다

준결승에서 일곱 골을 넣었지만 독일은 아직 우승하지 못한 상태였다.

마지막 상대는 아르헨티나.

7월 13일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에서 결승이 열렸다.

준결승과는 완전히 다른 경기였다.

90분 동안 골이 나오지 않았다.

연장전까지 갔다.

연장 후반 8분.

안드레 쉬를레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마리오 괴체가 가슴으로 공을 받은 뒤 왼발 발리슛을 때렸다.

골.

독일 1-0 아르헨티나.

그 골이 결승골이 됐다.

독일은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서독 시절을 포함하면 네 번째 월드컵 트로피였다.

또 월드컵이 열린 아메리카 대륙에서 우승한 첫 유럽 국가가 됐다.

18분 동안 벌어진 일

2014년 브라질과 독일의 준결승을 다시 보면 경기 전체보다 특정 시간대가 더 강하게 남는다.

11분 뮐러.

23분 클로제.

24분 크로스.

26분 크로스.

29분 케디라.

69분 쉬를레.

79분 쉬를레.

90분 오스카르.

최종 스코어 1-7.

당시 득점 장면을 스포츠 하이라이트로 다시 보면 세 번째 골 이후 경기 속도가 얼마나 빠르게 변했는지가 더 선명하다.

공 하나를 다시 중앙에서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이 또 공격하고 있었다.

특히 세 번째 골부터 다섯 번째 골까지는 브라질이 경기를 재정비할 틈 자체가 거의 없었다.

2014년 7월 8일

월드컵 개최국.

미네이랑.

준결승.

브라질 1.
독일 7.

독일은 닷새 뒤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이기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브라질은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도 0-3으로 패하며 대회를 4위로 마쳤다.

그래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다시 불려 나오는 경기는 결승만이 아니다.

전반 29분에 이미 0-5가 되어 있던 준결승.

토니 크로스가 69초 사이 두 골을 넣고, 클로제가 월드컵 통산 16번째 골을 기록했던 밤.

브라질 축구 역사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숫자가 전광판에 남은 경기였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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